[살며 사랑하며] 취미 미술 이야기

입력 2022-06-13 04:07

세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줄곧 ‘종합 예술인’으로 살아왔지만 그 모든 것을 노동이라 하기는 어렵다.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것을 취미라고 친다면 음악과 미술은 내게 그 영역에 있다. 취미라는 말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완화시켜줘 가까운 도피처가 된다. 그런데 나는 오랫동안 미술을 경외해서 배움의 발치에 가는 게 어려웠다. 큰돈을 내지 않으면 업계의 비밀 같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을 것 같아 묻기가 겁났다. 게다가 누군가의 직업적인 노하우를 쉽게 알려고 하는 건 실례일 수 있다. 전공에 관한 한 유머 시리즈처럼 심리학 전공자에게 심리테스트를 해 달라고 하거나 미대생에게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했다간 전공책 모서리로 맞을 수 있다.

최근 나는 도피처가 필요했고 그래서 취미 미술의 세계로 향했다. 인터넷에 ‘초보자’를 키워드로 몇 가지 검색해보았다. 엄청난 노하우들이 즐비했다. 배움의 열정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인터넷 세상은 겸사겸사 나의 사회 공포증을 완화시켰다. 미술을 배우기에 앞서 가장 겁이 났던 것은 외우기 어려운 재료의 이름과 그 비용이었다. 그런데 마침 값싼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종의 인기 콘텐츠로 급부상 중인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당장 집에 있던 식용유를 컵에 붓는 등 동분서주했다.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업 과정을 ‘빨리감기’ 형태로 소개 중이었다. 정신 사나운 음악과 함께 단 5초 만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동안 몰랐던 수많은 기법에 대해 알 수 있어 기뻤다. 그렇게 무한 스크롤을 내리던 중 발견한 어느 작업자의 토로. “다섯 시간 동안 그린 걸 5초 만에 보여줘야 하는 게 허무해.” 잠시 스크롤을 멈추자 캐나다에 사는 그의 정신없는 액정 밖 세상이 보이는 듯했다. 전공책만큼 두꺼운 노고가 정말 빠른 속도로 유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배움에의 열정은 사그라질 수 없었다.

이다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