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토회의 최초 참석…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입력 2022-06-11 04:00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사진)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취임 후 50일 만의 첫 해외 순방이다. 한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건 나토 출범 73년 역사상 처음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나토 공식 초청에 따라 우리나라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의는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확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9일부터 양일 간 나토 동맹국과 파트너국 간 회의 세션에 참석할 계획이다. 또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나토는 1949년 발족한 미국·유럽 중심의 집단 안보체제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30개국이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는 8개 파트너국 중 하나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파트너국 4개국이 공식 초청됐다.

한·일 정상이 모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일 관계는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겪으며 수렁에 빠진 상태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만큼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을 시작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예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회담과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한·중, 한·러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럽 국가들이 주축인 나토에 한국, 일본 등이 초청된 데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 견제와 러시아 비판에 한국이 동참하는 형태”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회의 참석으로 인한 중·러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윤석열정부의 외교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