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달 무역수지도 적자전환한 가운데 5%대 물가상승률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경제가 삼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약 1005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이후 24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20억달러 감소한 2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본원소득(임금·투자·배당액) 등은 32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야기한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무역수지도 4월부터 -25억달러, 5월 -17억1000만 달러 등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지표인 통합재정수지도 2019년 적자전환 이후 4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에만 110조8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자체는 늘었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지출이 크게 늘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 13년 9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통화당국은 이에 맞서 대대적인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7, 8월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국내 기준금리는 2014년 10월 이후 8여년 만에 2%대로 진입하게 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