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통령의 말

입력 2022-06-11 04:11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엄중하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집권 초기에는 더욱 그렇다. 공무원 등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의 말은 향후 어떻게 국정 운영이 이뤄질 것인지 그 방향을 말해주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한 달을 맞이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출근길 짧은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발언이 자꾸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도어스테핑에서 검찰 편중 인사 논란과 관련해 “글쎄 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며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 여론을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도배했지 않느냐”며 문재인정부의 인사 편중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전 정부도 했으니 우리도 맘대로 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의 보수단체 ‘욕설 시위’ 등에 관해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라는 공적 공간과 퇴임한 대통령의 자택이라는 사적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법대로’를 강조하고 무분별한 혐오성 시위를 사실상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것은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즉석 발언이 독선과 내로남불로 보이는 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다. 윤 대통령의 직설적 발언은 대선 과정에서도 그 진의를 놓고 오해와 혼선을 빚은 적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메시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이 같은 말이라도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말이 가진 무게와 파장을 생각한다면….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