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겨놓고, 이준석·정진석 연일 설전 국힘 ‘쑥대밭’

입력 2022-06-10 00:0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석열계 맏형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거친 설전이 4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당내 혁신위원회 설치를 두고 시작된 두 사람 간 설전이 갈수록 심해져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가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해 만든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모임까지 공개 비판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다른 곳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9일 오후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 부의장을 향해 “최재형 혁신위원장을 소위 ‘이준석계’로 몰아붙이면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적어도 여당 부의장이 해선 안 되는 추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당대표를 저격하는 사람이 당내 어른일 수 있겠느냐”며 정 부의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앞서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한 것”이라는 정 부의장의 발언에 물러서지 않고 또 한번 응수한 것이다.

이 대표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당권 싸움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 부의장은 당권 주자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에도 정 부의장을 공격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3일 뒤면 취임 1년이다. 1년 내내 흔들어 놓고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라고 발끈했다. 또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런다”고 꼬집었다.

정 부의장도 이날 오전까지 이 대표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 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내가 뭘 언제 흔들었다고 그러느냐”며 “주어도 없는 글을 페이스북에 쓰면서 나에게 책임을 지우려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부의장이 지난 6일 당 혁신위 출범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한 뒤부터 두 사람은 매일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서로에 대해 할 만큼 의견을 제시했으니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당·정·대 모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친윤계 의원들은 가칭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오는 15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이미 공식적인 경로로 당·정·대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따로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장 의원이 “정치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의원들이 소통하고 토론해서 민심을 받드는 아침 모임”이라며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