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가 잠을 줄여 일해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에선 도로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벗고 싶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3일째로 접어든 9일,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안전운임제가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차량 할부를 포함해 운행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개인이 감내한다”며 “화물 노동자 월 평균 순수입이 342만원 정도인데 유가 폭등으로 (추가로) 지출되는 유류비가 200만~300만원이어서 사실상 적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물 운송 시장은 운수사업자가 화주와 계약을 맺어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화물 노동자들에게 배차하는 구조다. 화물 노동자들은 운수사업자와 개별 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에 화주와 교섭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물량이 많은 대기업은 최저입찰로 운송사업자를 선택하고, 운송사업자는 화물차주 운임을 깎아 손해를 보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는 게 화물연대 설명이다.
박 실장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화주 규모에 상관없이 투명하게 운임을 정하게 됐다”며 “노사정 협의가 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운임을 받을 수 있고, 산업 내 분쟁과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첫해 안전운임 인상률은 12.5%였다. 이는 열악한 운임을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고 박 실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93%, 1.57% 올라 물가인상률이나 최저임금 인상률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박 실장은 “안전운임제의 시행 효과를 정량적 지표로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제도 초기인데다 전체 화물차 42만대 중 2만6000대 정도밖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적용 차종이나 품목은 점진적인 확대 등으로 정부와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몰제 폐지’라는 틀 안에선 얼마든지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2003년 처음 안전운임제(과거 표준요율제)를 제시해 20년 가까이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 실장은 “비조합원들의 동참이 이어진다는 것은 안전운임제가 전체 화물 노동자에게 필요한 제도적 안전망이며, 도로 안전을 위해 도입됐음을 증명한다”며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불가피하게 총파업에 돌입했음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