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인신공양?… 아스테카 문명의 진실과 거짓

입력 2022-06-12 20:32
‘달력 날짜를 새긴 인물(왼쪽·테오티우아칸, 250∼750년쯤, 높이 34㎝)과 ‘두개골 가면’(아스테카, 15세기, 높이 19㎝).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멕시코 고원의 옛 아스테카 문명은 스페인이 침입한 16세기 초까지도 신에게 인신공양을 한 잔혹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아스테카 문명의 진실과 거짓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이 그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아스테카 특별전이다.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문화재 208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아스테카의 문화와 종교 등 여러 분야를 지배했던 그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신화를 설명하고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 및 정치·경제 체제를 소개한다.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모습과 핵심 건축물인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를 살펴본다.

아스테카 최고의 조각품으로 무게 25t에 달하는 ‘태양의 돌’ 재현품 위에 펼쳐지는 영상을 통해 아스테카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갔던 아스테카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도 보여준다.

‘정복과 공물로 세운 아스테카’ 코너는 멕시코 전역을 하나로 연결한 아스테카의 활발한 정복 전쟁과 공물 징수 체계를 살펴본다. 공물 징수는 먼 거리의 도시 국가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통치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생태 환경의 다양한 물자와 문화를 연결하는 수단이었다. 15~16세기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인 아스테카의 중심 도시 테노치티틀란의 발전상도 다양한 유물을 통해 보여준다. ‘독수리 머리’ 석상 등 도시 곳곳을 꾸몄던 아름다운 건축 장식과 귀족들이 사용한 고급 물품과 토기가 테노치티틀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가장 흥미 있는 코너는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다. 테노치티틀란의 신성 구역에서 벌어진 다양한 제의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지하 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 등 템플로 마요르 일대의 고고학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잔혹한 인신공양이 사실은 주변 정치집단을 통치하는 방편이었음을 보여준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아스테카는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힌다. 이 전시가 역사와 신화가 혼재하고 과장과 왜곡으로 가려졌던 아스테카의 진정한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8월 28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