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벙커·미군 병원 고스란히 남아

입력 2022-06-10 04:07
한 취재진이 10일부터 시범 개방되는 용산공원 구역 내부 건물을 지난 7일 사전 공개 행사에서 촬영하고 있다. 19일까지 열흘간 시범 개방되는 구역은 신용산역에서부터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1.1㎞ 구간이다. 뉴시스

지난 7일 오후 신용산역 1번 출구를 나와 100m 정도 걷자 철책과 함께 ‘Gate14(14번 게이트)’라는 글귀가 적힌 갈색 팻말이 붙어 있는 미군기지 출입구가 보였다. 출입구를 지나자 푸른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120년간 일반인에게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취재진에 공개된 순간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용산공원 임시 개방을 앞두고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키로 했다. 토지오염 정화작업이 끝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신용산역에서부터 14번 출입구를 거쳐 장군숙소 지역과 대통령실 남측 구역,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까지 이어지는 직선거리 1.1㎞ 구간만 개방한다. 국토부는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환경 위해성 우려가 있는 지역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도로포장과 잔디 식재를 통해 토양의 직접적 인체 접촉을 최대한 차단했다”고 밝혔다. 시범개방에 참가하려면 용산공원 시범개방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약해야 한다. 하루 최대 2500명씩 관람할 수 있다.

시범개방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될 곳은 14번 게이트 인근 장군숙소 구역이다. 고풍스러운 향나무와 함께 붉은색 지붕의 단층 건물들을 보다 보면 이곳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린다. 장군숙소는 실제 1945년 오키나와에 주둔했던 미 7사단이 패망한 일본군의 무장 해제와 항복 접수를 위해 주둔하면서 실제 사용했던 숙소다. 일제강점기 조선군 사령부도 장군숙소 인근 지역에 있다. 14번 게이트 바로 옆에는 미군들의 종합병원으로 사용된 건물과 일본군이 방공작전으로 사용했던 벙커도 그대로 남아있다.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길을 따라 장군숙소 구역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먼 발치에 대통령실이 들어선 국방부 청사가 훤히 보인다. 대통령실 남측 구역이다. 정부가 용산공원 개방에 앞서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가장 많이 신경 쓴 곳이다. 대통령실 앞뜰에는 공원 방문객이 소원을 적은 바람개비를 꽂을 수 있는 ‘바람정원’이 설치돼 있다. 시범 개방 기간 15분 간격으로 40명씩 대통령실 앞뜰에 입장해 헬기나 특수차량 등 대통령 경호 장비 관람도 할 수 있다. 플라타너스 아래에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는 ‘카페거리’도 조성됐다.

임시 개방 마지막 코스는 스포츠필드다. 미군들이 체육 시설로 사용했던 운동장과 건물들이다. 이곳에는 푸드트럭과 간이의자,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과 함께 국내 최초로 20m짜리 초대형 그늘막도 설치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