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 이후 물류비 급등… 최저운임 강제하는 건 부당”

입력 2022-06-10 04:10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에서 핵심 이슈인 안전운임제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화물차주에게 정해진 운임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화물업계의 ‘최저임금제’다. 올해 말 일몰하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거나 일몰제를 폐지해 달라는 게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를 놓고 화주들 입장은 다르다. 이준봉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9일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국내 물류 생태계에서 시장 논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운임비 구조 개선이라는 방향성은 화물차주 입장에서 공감하지만, 최저 운임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강제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물량을 주문하거나 장기 계약을 하는 등의 상황에 따라 운송비를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운송비가 일률적으로 정해지다 보니 이런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안전운임제 이후 기업의 국내 물류비용이 30% 이상 급등했다고 강조했다. 치솟은 물류비는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문제가 있다면 서서히 개선해야 하는데 물류비 부담이 한 순간에 커져 버렸다. 해상이나 항공 등의 국제 물류비도 급등한 상황이라 기업들이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 위험물 할증, 지역 할증 등을 중복 적용하면 물류비가 안전운임제 시행 전보다 70% 이상 올랐다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요구가 화물차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물류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해외 생산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 실장은 “이렇게 되면 화물차주 입장에서도 일감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해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2020년에 3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운임은 올랐지만 안전 관련 지표나 서비스 품질과 관련해 뚜렷한 개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의 교통사고는 안전운임제 도입 전인 2019년 690건에서 도입 첫 해인 2020년 674건으로 2.3%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 실장은 ‘화주→운수사→화물차주’로 이어지는 운임비 구조에서 차주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도 했다. 화주와 화물차주가 대립 구도를 형성했지만 왜곡된 운송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운임제는 도입 당시부터 말이 많았고 3년 한시적으로 시행해 본 결과 현장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왔다.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