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못해 수출 지연·신차 출고 차질 우려

입력 2022-06-10 04:07
기아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9일 번호판도 달지 않은 채 다른 차고지로 이동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캐리어 동원이 어려워지자 기아는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았고,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차량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실내장식품 등을 수출하는 A사는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오랫동안 미국으로 가는 배편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서야 겨우 선박과 공간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화물연대 파업이 발목을 잡았다. 운송 차량을 구하지 못해 제때 상품을 선적하지 못했다. A사의 피해금액은 약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에서 원료를 만든 뒤 베트남 투자법인으로 보내 신발을 생산·수출하는 B사는 최근 화물운송이 막히면서 원료 출고 및 수출에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바이어 측에서 제기한 납기를 위반했을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은 50만 달러(약 6억3000만원)일 것으로 B사는 예상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에 구멍이 생기면서 수출·수입업계를 중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및 원자재 수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신차 출고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접수한 화물연대 파업 관련 기업 애로사항이 총 112건이라고 9일 밝혔다.

이 가운데 수입 애로는 44건(39.3%), 수출 애로는 68건(60.7%)으로 집계됐다. 수입 부문에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19건), 생산중단(12건), 물류비 증가(13건) 등이다. 수출 애로사항은 납품지연(25건), 위약금 발생(29건), 선박 선적 차질(14건) 등이다.

또한 화물연대에서 ‘완성차 공장 타격’으로 투쟁 방향을 정하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8일 오후 2시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차량 운송의 전면 거부에 돌입했다. 부품 수급이 막히면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부 현대차 대리점에서는 신차 출고가 더 지연될 것이라고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차량 탁송·원자재 물류 등은 현대글로비스에서 담당하는데, 현대글로비스가 계약을 맺고 있는 19개 운송업체 화물 노동자 중 약 70%는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카 캐리어’의 운송이 멈춰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광주공장과 광명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번호판도 달지 않은 채로 직원이 직접 운전해 적치장으로 운송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화물연대는 운송 중단을 즉각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