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공기관 혁신’ 방침에 에너지 공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 연료비 폭등으로 올해까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근본적 해법없이 인력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 식 정책을 내놓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효율화를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기재부는 일단 이달 중 한국전력 등 27개 기관의 재무 상태를 평가해 10곳 이상의 재무위험기관을 추리겠다고 밝혔다. 27개 기관 중 절반에 가까운 12곳이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료비 폭등으로 올해까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인 데다 기재부가 경영 평가에 ‘경영실적 개선도 평가’ 항목까지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하필 에너지 가격 등이 크게 뛴 상황에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물가를 이유로 에너지 가격 인상을 억누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재무 상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부의 에너지 정책 관련 국정 철학이 문재인정부와 판이한 점도 부담이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국정과제 이행 여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에너지전환 기조에 맞추느라 경영 상황이 악화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울고싶은 에너지 공기업들을 보며 남몰래 웃고 있는 공공기관도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동산 가격 급등 덕에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5조6000억원대 영업흑자를 냈다. 362곳 공공기관 중 170곳(47.0%)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와중에 단연 눈에 띄는 실적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