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서울 기준 ℓ당 2110원대까지 치솟았다. 전국 평균 가격도 2000원을 넘었다. 치솟는 기름값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확대 등 대책을 내놨지만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 가격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름값을 잡기 위한 마지막 카드는 2008년 고유가 시기 실시했던 유가 환급금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난지원금 같은 전 국민 복지 수당 개념인 데다 재원 마련 부담 때문에 사실상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서울 휘발유 가격은 ℓ당 2118원, 전국 평균은 2047원대다. 전국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 미만인 주유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처럼 유가가 높았던 2008년 이명박정부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1380만명에게 6만~24만원의 유가 환급금을 줬다. 총급여 연 3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연 24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눠 선별 지급했다. 이에 든 재정은 10조4930억원이었다.
14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경유차 보조금 확대 방안을 내놓는 등 가용 정책을 총동원했지만 유가 환급금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가 환급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면 오를 대로 오른 물가를 재차 자극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한 상황에서 또다시 재원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환급금을 다시 검토하려면 소득 기준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사실상 재난지원금처럼 지급될 텐데, 돈을 풀면 물가를 끌어올리는 셈이라 지금 상황에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 부담도 상당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39조원 규모로 편성된 2차 추경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일단 다음 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를 추가 연장하고, 연장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는 원유 증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를 즉각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워낙 국제유가가 비싸 유류세 인하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책만으로 국내 유가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