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역대 정부 누구도 개선하지 못했던 복잡한 규제를 이번에야말로 해결하겠다”며 이달 중 경제 분야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현장 애로 해소, 환경, 보건·의료, 신산업, 입지라는 규제 개혁 분야도 제시했다. 추 부총리는 “과도한 규제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면서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경제 구조적 위기가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며 규제혁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부총리의 현실 인식은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전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9%에 그칠 것으로 세계은행은 예상했는데 지난해 성장률(5.7%)의 반토막 수준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물가는 1970년대 오일쇼크에 버금갈 정도로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약 14년 만에 가장 높고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4%에서 올해 2%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은 약 10년 후 0%대로 추락, 사실상 성장 정체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재정과 금리 정책으로 극복할 단계를 넘어섰다. 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고 그 앞선에 규제 혁파가 있어야 한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혁신이 필수인데 이는 기업의 경쟁력과 역동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의 언급대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개편해 기업에 활력을 넣는 게 급선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예를 든 반도체 산업 인재 양성을 막는 대학정원 규제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것이다. 40년 전 군사정권이 만든 규제에 21세기 기업이 발목을 잡힌다는 게 말이 되나. 국민 공감대에서 벗어난 중복 규제나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부터 없애면서 궁극적으로는 법에서 정한 금지 항목 외에 모두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규제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정부는 ‘전봇대’, 박근혜정부는 ‘손톱 밑 가시’, 문재인정부는 ‘붉은 깃발’로 규제를 규정했으나 말뿐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 관료들의 보신주의,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에 매번 무릎을 꿇었다. 결국 대통령과 정부의 행동에 달려있다. 현 상황이 외환위기에 버금간다는 위기감을 갖고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사설] 규제혁신 다짐,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입력 2022-06-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