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와 패트릭 리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리브(LIV)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에 합류할 전망이다. 리브 시리즈는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등 유명 골퍼의 합류 속에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디섐보와 리드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브 측은 다음 달 1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펌킨리지 골프클럽에서 두 번째 대회를 개최한다.
‘헐크’ 디섐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내에서 장타자로 유명하다. 2020년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뒀고, 세계랭킹 최고 순위는 3위였다. 디섐보는 최근까지 PGA 투어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갑자기 말을 뒤집었다. 디섐보 측 관계자는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브라이슨은 혁신가고, 새로운 세상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것에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리드는 2016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를 꺾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다. 마스터스 대회를 포함해 PGA 투어에서 9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리브 골프 시리즈는 PGA 투어,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가 양분하는 세계 남자 골프계에 대항하는 제3의 리그 성격으로 추진됐다. 가칭 슈퍼골프리그(SGL) 프리미어골프리그(PGL) 등으로 불렸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리브 시리즈는 PGA 투어에 반감을 가진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을 커미셔너로 임명하고 양대 투어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스타 선수 영입에 나섰다.
초반엔 흥행 실패가 예상됐다. 인권탄압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사우디 정부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골프대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도 거론됐다.
PGA 투어 측은 출전 정지, 영구 제명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DP 월드투어 측도 징계를 언급했다. 특히 필 미켈슨(미국)이 PGA투어를 비판하고 리브 시리즈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러 후원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다수의 스타가 잔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리브 측에서 발표한 선수 명단에 골프계는 충격에 빠졌다. 존슨과 미켈슨을 비롯해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포함됐다. 케빈 나와 존슨은 PGA 투어 탈퇴까지 선언했다.
디섐보와 리드까지 합류하면 리브 시리즈의 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대 산맥으로 구성된 남자 골프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 8번의 토너먼트가 개최되는 이번 시리즈엔 2억5500만 달러(약 3236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총상금이 걸려있다. 선수들은 매 대회 48명이 12개 팀으로 나눠 컷 탈락 없이 54홀 경기를 치른다. 각 선수가 배정받은 홀에 입장해 출발 신호에 맞춰 같은 시간에 티샷하는 것을 뜻하는 ‘샷건’ 방식도 채택했다. 주최 측은 “흥미진진한 플레이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리브 골프는 이날 영국 런던 센추리온 골프클럽에서 첫 경기를 시작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