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은 시인, 치과의사, 국회의원, 김대중 정부 과학기술부 장관 등 다양한 이력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7월 1일 지사에 취임하는 그는 도정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김 당선인은 9일 충북연구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그동안 부지런히 살아온 삶과 인맥, 정보, 경험 등을 살려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우선 대표 공약인 의료비 후불제를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료비 후불제는 환자가 의료비 후불을 원하면 ‘착한은행’(가칭)이 병원비를 일시 대납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능력에 따라 장기 할부 방식으로 착한은행에 갚으면 된다. 김 당선인은 “이 제도 참여를 원하는 병원을 착한병원으로 지정하고 착한은행과 착한병원이 핀테크·블록체인 등을 활용해 수납이나 진료 과정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의료계와 금융권에 접촉하는 등 사업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청 안팎에선 김 당선인이 윤석열 정부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년 정부 예산 증액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 당선인은 “대통령이 충북에 선물(예산)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구걸해서 충북을 살릴 수도 없고 대통령이 그럴만한 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예산을 따오는 게 얼마나 가겠느냐.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창조적 상상력이 살아 숨쉬는 도정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그가 말한 창조적 상상력은 역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도정은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투자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며 “그런 방식은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도약 또는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과 자원이 협소한 충북은 광활한 바다, 푸른 창공과 같은 넓은 상상력으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여태까지 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기용하겠다는 인사원칙도 제시했다. 김 당선인은 “논공행상으로 능력도 없는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공정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과 충남, 세종, 충북의 지방권력을 국민의힘이 장악하면서 충청권 현안 해결에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당선인은 이에 대해 “경쟁과 협력이 필요하고 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협력에만 매달릴 경우 빨대처럼 빨려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당선인의 남다른 행보도 주목받는다. 김 당선인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비로 도청 인근에 아파트를 월세로 마련했다. 현재는 고향인 괴산에서 인수위원회로 출퇴근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 일산의 집을 팔아 빚을 갚았지만 청주에 집을 장만할 돈이 부족했다”며 “청주에 내려오면서 서울의 치과도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