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연일 저급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집권 여당의 대표와 5선의 당내 최다선 의원이 주고받는 말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정 부의장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비판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정 부의장은 지난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즉각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며 반박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인용해 정 부의장의 발언을 ‘개소리’에 비유한 셈이다. 이후 두 사람은 언론인터뷰와 SNS를 통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공방을 주고받았다. 표현도 거칠어졌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정 부의장 8일), “1년 내내 흔들어 놓고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이 대표 9일). 폭로전도 등장했다. 정 부의장은 이 대표가 측근에게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줬다고 폭로하자, 이 대표는 정 부의장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맞불을 놨다. 두 사람의 다툼에 당 인사들도 속속 거들고 나섰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당 주도권 다툼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대표는 최근 공천 등 정당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당내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혁신위원회는 ‘윤핵관’들의 2024년 총선 공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친윤 그룹의 좌장 격인 정 부의장이 이 대표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당 내부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치열한 경쟁과 권력투쟁도 필요하다. 그래도 품위 있는 언어와 명분이 필요하다. 집권 여당 대표와 국회부의장이라면 계파의 이해관계보다는 국가를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지 한 달이 됐다. 지방선거에 이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내 2당이다. 물가는 오르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댄다. 국회는 원 구성조차 못 했다. 당권과 2년 뒤 공천권을 다투는 여당 지도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자중해야 한다.
[사설]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민망한 설전
입력 2022-06-1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