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나 당선인 시절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아직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판단하에 신중한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분출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맞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건강 문제를 이유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로 81세인 이 전 대통령은 당뇨 등 지병으로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건강이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한 논의는 현재까지 없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한·미 정상회담 등 큰일들을 치르느라 사면 관련 논의를 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면 단행 시점으로 거론되는 광복절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윤 대통령도 여론 수렴 과정과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사면 문제를 숙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게 국제적으로나 국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영어의 몸이 됐다가 한 분(박근혜 전 대통령)은 석방됐는데, 또 다른 한 분은 그대로 두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위신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제외한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에 의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여론 차이는 굉장이 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 주변에 친이계 인사들이 많은 점을 거론하며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의 여론을 먼저 들은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