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처음 만난 이재명·김동연, 동지 될까 라이벌 될까

입력 2022-06-09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을 만나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8일 회동했다.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함께 생환한 이후 첫 만남이다.

김 당선인은 국회 의원회관의 이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전임 도지사이니 가르침을 받고 좋은 말씀을 들으려고 이렇게 (왔다). 좋은 말씀 좀 해주시고 코치도 해주시라”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1시간가량 대화하며 경기도정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협치에 대해 강조했고, 경기도민들과의 소통에 대해 좋은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일단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김 당선인을 도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경기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책임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당선인은 전임 지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며 새 지사로서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두 사람의 ‘동지’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내에서 다른 대권 주자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이 ‘라이벌’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한 이후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때 지지율이 주춤하자 이 의원과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경기지사가 되면 (이 의원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에 관한)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김 당선인은 회동 후 ‘진상규명 협조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협조라기보다는 투명하게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 당선인은 “대권에는 지금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효과’를 봤느냐는 질문에 “특정한 지칭을 하기보다는 당직자, 보좌관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대권 경쟁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의 온갖 책임은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이 흔들리면 김 당선인 측의 견제도 본격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