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8일 회동했다.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함께 생환한 이후 첫 만남이다.
김 당선인은 국회 의원회관의 이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전임 도지사이니 가르침을 받고 좋은 말씀을 들으려고 이렇게 (왔다). 좋은 말씀 좀 해주시고 코치도 해주시라”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1시간가량 대화하며 경기도정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협치에 대해 강조했고, 경기도민들과의 소통에 대해 좋은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일단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김 당선인을 도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경기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책임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당선인은 전임 지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며 새 지사로서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두 사람의 ‘동지’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내에서 다른 대권 주자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이 ‘라이벌’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한 이후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때 지지율이 주춤하자 이 의원과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경기지사가 되면 (이 의원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에 관한)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김 당선인은 회동 후 ‘진상규명 협조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협조라기보다는 투명하게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 당선인은 “대권에는 지금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효과’를 봤느냐는 질문에 “특정한 지칭을 하기보다는 당직자, 보좌관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대권 경쟁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의 온갖 책임은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이 흔들리면 김 당선인 측의 견제도 본격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