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진흙탕… 이준석, 정진석 겨냥한 듯 “공천 압박”

입력 2022-06-09 04:05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면담 후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통령께 전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정진석 의원 간 갈등이 6·1 지방선거 공천 논란으로 번졌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남 공천에서 ‘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 달라는 이야기였고, 안 넣어주면 충남도지사 선거가 위험하다고 이야기가 들어왔다”고 적었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넣기 위한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서는 해당 글이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고,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충남도 비례대표 공천과정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며 “이 대표가 교묘하게 내가 연상되도록 글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나”라고 썼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이나 저격했느냐”며 “이렇게 적반하장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익숙해지려고도 하지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재차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또 YTN 화상 인터뷰에서는 “(정 의원이) ‘선배로서’ ‘어른으로서’라면서 얘기하는데, 나이로 찍어 누르려고 하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 얘기할 거면 당대표도 나이 순으로 뽑자”고 꼬집었다.

이 대표와 정 의원은 지난 6일부터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 출범을 두고 “자기정치라면 큰 문제”라고 공개 저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이 대표는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응수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을 차용해 정 의원을 비판한 것이다.

이를 두고 2024년 공천권을 쥐고 있는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이 대표와 친윤 세력 간 당권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