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선거일에 20대는… PC방·캠핑장에서 돈 썼다

입력 2022-06-09 04:06
젊은 남성들이 서울의 한 PC방에서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고 있다. 국민일보DB

지난 1일 지방선거에서 MZ세대(20·30세대)의 투표율(예측)은 20~30%대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이 세대의 선거일 신용카드 사용처를 추적했더니 PC방·캠핑장·놀이공원 등 여가업종에서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이슈에 흥미가 떨어진 MZ 세대 상당수가 투표 대신 야외 활동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8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대형 A카드사의 연령대·성별 신용·체크카드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20~30대의 여가 업종 매출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 자료는 지난달 일평균 매출 건수 대비 지난 1일 매출 증감률을 분석한 것이다.


20대의 지난 1일 신용카드 매출은 캠핑·낚시 등 야외 레저스포츠에서 77% 늘었다. 20대는 영화관에서도 평소보다 52% 더 많이 신용카드를 썼다. 놀이공원 및 종합레저타운 매출도 28% 늘었다.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30대는 여가업종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야외 레저스포츠에서 153%, 영화관에서 92%, 놀이공원 및 종합레저타운에서 76% 신용·체크카드 사용이 늘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선거일 집 주변 활동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 매출 건수 급증이 이를 보여준다. 40대는 234%, 50대 158%, 60대 104% 영화관 매출이 늘었다.

실외 골프장 이용도 MZ세대와 40대 이상 사이 차이가 났다. 60대는 골프장 매출 건수가 평소보다 오히려 33% 줄었고 50대도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30대는 골프장에서 34% 더 카드를 많이 썼다. A카드사 관계자는 “선거일 40~60대는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선택한 반면 20~30대는 액티브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선거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출구조사로 예측한 투표율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29.7% 여성은 35.8%만이 선거에 참여했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0%대 투표율을 기록한 연령대는 없다. 30대도 남성 34.8%, 여성 41.9%로 투표율이 예측됐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불거진 이대남, 이대녀 간 정치 갈등이 MZ세대 전체의 현상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의 일부 목소리가 과대표집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뚜렷한 정치 이슈가 실종되며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