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냉철한 경기판단 절실

입력 2022-06-09 04:07
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4.1%에서 2.9%로 하향 조정한 7일(현지시간) 세계은행 보고서는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는다. 성장률 전망치를 1.2%포인트나 후려친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기관들이 터부시해 온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경고했다. 내년 성장률이 3.0%에서 1.5%로 주저 않고 향후 2년간 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1.5%포인트나 작은 3.0%로 낮췄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인플레를 과소평가했다고 반성한 데 이어 이날 의회에서 통화정책이 안 통하면 재정도 동원할 뜻을 밝힌 것은 인플레와 전쟁 선언이나 다름없다.

한국은행은 8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처음 3만5000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원화로는 처음 4000만원을 넘어 4인 가족 가구당 1억6000만원 이상을 번 셈이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장률이 -0.7%였던 2020년 대비 4.1%로 기술적 반등을 한 덕이다. 달러 약세도 한몫했다. 세계적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너무도 엄중한 상황에서 한은의 이 같은 발표가 자칫 시장에 그릇된 시그널을 줄까 걱정된다.

한은은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락한 1분기 성장률 잠정치(0.6%)를 발표하면서 올해 2.7% 전망치 달성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그 이유로 “주요국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될 수 있지만, 민간소비가 방역 조치 완화나 추경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우리 수출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올 성장률이 각각 0.8% 1.2%포인트 더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인플레 전쟁 승리를 위해서는 현 상황을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되지만 옐런 장관처럼 냉정한 판단과 분석이 절실해 보인다. 그래야 특단 대책도 통하고, 위기 극복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