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유행과 공급 병목,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친 여파다. 남은 2~4분기 성장률이 기대치를 크게 웃돌지 않는 한 2%대 초반의 저성장 국면에 머물 공산이 커졌다. 경기 침체 전조가 보이는 와중에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8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0.2%)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발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2020년 3분기(2.3%)부터 7분기째 성장세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 분기(1.3%)에 비해서는 0.7%포인트, 전년 동기(1.7%)보다는 1.1% 포인트 각각 떨어져서다.
지난 4월 공개됐던 속보치(0.7%)보다도 0.1% 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은은 “발표 당시 없었던 3월 국제수지와 산업활동동향 통계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3월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 투자가 받은 타격이 컸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저조했던 배경에는 민간소비(-0.5%) 감소가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3.9%, 수입은 0.6% 줄었다. 성장률에 민간소비는 -0.2% 포인트, 설비투자는 -0.3% 포인트, 건설투자는 -0.6% 포인트 기여했다. 그만큼 소비·투자 감소가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3.6% 증가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됐다. 다만 4.1%였던 속보치 수출 증가율은 0.5% 포인트 하락했다.
경제 동력은 약해지는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6, 7월 물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3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161㎜로 평년(32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상승률 중 농·축·수산물이 포함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기여분은 0.96% 포인트다. 총상승률 중 5분의 1가량이 ‘밥상물가’ 때문이었던 셈이다.
내려올 줄 모르는 유가도 걱정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6일(현지시간) 배럴당 115.7달러를 기록, 12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국제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석유 제품 가격을 올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모든 수입품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낳아 위험을 더하고 있다”면서 “수출 기여도를 제외하고 보면 한국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