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풀어라

입력 2022-06-09 04:0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교육 행정을 질책하며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인력 양성이 힘들다고 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미래인데 규제 타령이냐”라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교육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 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윤석열정부 초반 국정운영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심 과제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미래산업 육성이고, 그 핵심은 인재 양성이다.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은 방향이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경제 도약을 해야 양극화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던 취임사와도 부합된다. 새 정부 국정 과제로 제시된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과도 맞닿아 있다. 박정희정부는 중화학공업으로 후진국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김대중정부는 지식 정보화 시대를 선언하며 정보기술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 정부는 경제 안보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을 통해 글로벌 선도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반도체 경쟁력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대만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355명이던 부족 인력 규모는 계속 늘어 2020년에는 1621명에 달했다. 향후 10년간은 3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과 산업계는 첨단산업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문재인정부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 완화를 약속했으나 쉽지 않았다.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증원을 제한하는 ‘학교 총량규제’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를 푸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인구 집중 등과도 맞물려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도권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게 되면 지방대는 입학생이 더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교육부가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규제 완화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갈등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야 할 것이다. “예전 것은 다 버려라”라며 혁신을 거듭 주문한 대통령의 말을 새겨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먼저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