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 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금융권에서는 라임·옵티머스뿐 아니라 디스커버리 펀드 등 문재인정부에서 터진 사모펀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첫 출근날인 이날 예정됐던 주례 임원 회의를 취소했다. 그는 금감원 기자실에 들러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을 다시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개별 단위의 펀드 사건들은 다 종결되고 이미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는 한번 잘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수통 검사 출신이 이끄는 금감원과 최근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손발을 맞춰 사모펀드 사건을 재조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 인사들의 개입 의혹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른다.
검찰의 이른바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분류됐던 그가 금감원장에 임명된 데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원장 임명은 금융범죄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부한 게 있었냐는 질문에는 “개별적으로 전달받은 것은 없다. 다만 정부의 전체적인 정책 기조는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시장에선 금감원 아닌 ‘금검원’(금융+검사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시장친화적이었던 정은보 전 원장 때와는 달리 강도 높은 검사와 제재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권 사정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원장은 “사후적인 조사나 감시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방향성은 사실 없다”며 “규제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더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개원 이후 최대의 인사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임명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조직 체제를 개편하면서 부서장 85%를 교체하는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는데, 당시와 맞먹는 전면적인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선 “사표를 내라고 해서 다들 써냈는데 전부 수리될 줄은 몰랐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의 막내 국장이 신임 원장과 같은 72년생”이라며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검사 출신 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 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