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사역 환경·생활고에 신음… 군선교사 기로에

입력 2022-06-09 03:03
군선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군선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군부대에서 군선교사가 훈련 중인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군선교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민간 군선교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활동하지만 뒷받침해줄 기반이 부재해 사역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위협받고 있다. 군선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교계와 군부대 등에 따르면 현재 군선교사들은 대대급, 여단급 부대 교회 등에서 전체 국군 장병 중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군선교라 하면 군종목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군선교사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군선교사는 공무원 격인 군종목사와 달리 민간인 신분으로 군인교회 등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군선교사가 되려면 군목 파송 10개 교단에 소속돼 있어야 하며, 교단장 추천을 받아 일정 기간 군선교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 해당 부대 지역 군목단의 요청과 군선교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후 부대 장성급 지휘관의 위촉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하지만 군부대 선교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군선교사의 규모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군선교연합회의 군선교사 현황에 따르면 2017년 600여명 규모의 군선교사는 올해 522명으로 감소했다. 5년 새 1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군선교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에는 군부대 통폐합에 따른 군인교회 감소도 있지만 열악한 사역 환경도 큰 이유로 꼽힌다.

군선교사는 특별히 정해진 임금 및 지원 없이 본인 부담으로 사역하고 있다. 사역에 따르는 교통비, 간식비 등 드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이를 원만히 뒷받침해 줄 기반은 없다. 20여년을 군선교사로 일해 온 김기문 목사는 “군선교사의 활동비나 생활비 지원은 어떤 교단에서도 제도화돼 있지 않다”며 “자비량으로 군선교를 하러 왔으니 알아서 생활비 등을 마련하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군선교사는 선교사 지원 시 후원자 약정서나 자비량 군선교 서약을 하기 때문에 국가로부터도 지원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군선교사들은 스스로 활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후원 요청을 하거나 투잡을 뛰고 있다. 배우자는 생활 전선에 나서고 있다. 한 군선교사는 “상당수 배우자는 식당이나 요양사, 청소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군선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첫째 군선교사가 일정 기간 군무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군선교사의 신분이 보장돼 일정 수준의 급여, 후원제도나 군선교 교육의 혁신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이 제도는 한때 논의됐으나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둘째는 총회나 노회가 특정 군선교사에 한해 개별 지원하는 방식에서 전체 군선교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군선교 관계자는 “한국교회가 교단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한곳으로 선교비를 모아 대대급 교회 군선교사들에게 일괄 후원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