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역 숙원인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시·도 광역단체장 네 자리를 싹쓸이해서다. 다만 자본금 조달과 관련법 개정, 경쟁력 확보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없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 은행 설립을 공약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도 자본금 10조원 규모의 기업금융 중심 지역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지방은행 설립을 공약했다. 충청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심화 등 금융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은행이 필요하다는 명분이 힘을 발휘했다.
국민일보가 8일 입수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방안 연구용역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예산 2억원을 들인 6개월간의 공동연구 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은행 설립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4개 시·도는 계획안에서 “설립 인가 신청에 앞서 금융당국,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해 은행 설립의 당위성과 인가 기준에 적합한 법적, 제도적 은행 설립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방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이다. 금융권에선 초기 자본금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자체에 은행 주식 보유 한도 규정의 예외를 적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지자체의 은행 주식 보유 제한을 풀어 자본금 확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이 법안에 부정적이고 국회 논의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두지 않은 것은 은행의 구조조정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라며 지자체에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충청 지역에선 국비와 민간·기업 출연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충청권 지역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별도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디지털 금융 전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지방은행을 띄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시중은행도 디지털 금융 전환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고도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