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추억 만드는 호텔 선택법

입력 2022-06-11 04:03

코로나19가 점차 엔데믹 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 인천공항 24시간 운영, 비행기 편수 증가 소식도 들린다. 이미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를 여행하는 지인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 여행 역시 여전히 성황이다. 주말인 토요일 새벽이면 서울 광화문이나 시청 앞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시위 진압용 버스일까 했는데 웬걸. 단체 관광버스들이다. 기차표는 줄곧 매진 행렬이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글로벌 체인 호텔 중 하나인 메리어트 호텔그룹 최고경영자(CEO) 토니 카푸아노는 지난달 초 세계 경제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호텔 객실은 이미 팬데믹 이전 가격을 회복했고, 억눌렸던 여행 소비심리 폭발로 일부 지역에서는 호텔 객실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메리어트 호텔그룹 주식은 이전 가격을 회복했고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 그럼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호텔을 골라야 후회가 없을 것인가. 호텔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럭셔리(luxury), 프리미엄(premium), 셀렉티브(selective) 서비스, 장기 숙박(long stay).

럭셔리 브랜드는 최고급 서비스 호텔이다. 지금은 국내에서 철수한 리츠 칼튼을 예로 들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럭셔리보다는 한 등급 낮지만 서비스는 훌륭하다. 여의도 메리어트, 홍대 라이즈 등을 떠올리면 쉽다. 셀렉티브 서비스는 프리미엄보다 서비스가 제한된다. 코트야드, 신라 스테이, 페어필드 등이 있다. 장기 숙박용 호텔 객실에는 간단한 주방 시설이 구비돼 있는데 광화문 서머셋, 프레이저 브랜드의 레지던스형 숙박 형태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콘도 형태와 비슷하다.

여행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이 범주에서 호텔을 선택한다. 기준은 대체로 가격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조금은 다른 기준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유는 간단하다. 호텔의 선택은 곧 여행지의 추억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자면 여행의 목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낯선 도시의 매력 탐험이 목적이라면 편리한 교통, 쾌적한 침구, 청결한 화장실을 갖춘 곳이 제일이다. 굳이 호텔 안에 여러 개의 레스토랑이 있을 필요도 없다. 도시 안에 가성비 좋은 맛집이 즐비할 테니 말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편히 쉬고 싶다면 굳이 교통의 편리함을 따질 필요는 없다. 넓은 객실, 좋은 풍경, 편안한 침대, 욕조를 갖춘 화장실이 중요하다. 부대시설이 훌륭할수록 좋다. 출장지 호텔은 다르다. 넓은 책상, 빠른 인터넷, 클럽 라운지의 조식 서비스 유무가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오래 묶여 있던 우리 앞에 여행의 길이 다시 열렸다. 호텔을 선택할 때 가성비보다는 이왕이면 여행의 이유에 맞는 호텔을 골라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모처럼 떠난 여행을 더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의 준비는, 호텔을 고르는 데서 시작된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