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비상대책위원장

입력 2022-06-09 04:10

우리나라 정당들은 중요한 선거에서 지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다. 비대위가 자주 구성된다는 것은 선거에서 자꾸 진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인 2010년 이후 8번의 비대위를 만들었다. 2016년에는 두 번이나 비대위가 꾸려졌다. 김희옥 비대위와 인명진 비대위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3년 동안 지도부가 11번 바뀌고 비대위는 세 번 구성됐다. 민주당은 당명을 바꾼 2015년 이후 비대위를 네 번 만들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비대위를 만들었는데,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또 비대위를 세웠다.

비대위는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기 쉽다. 당 사정이 어렵고, 당내 세력 간 갈등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비대위원장은 힘든 자리다. 2~3개월 단명에 그치고 욕만 많이 먹는다. 인명진 목사는 비대위원장을 그만둔 뒤 “당을 수습했더니 나가라고 하더라”며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2021년 일주일짜리 비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성과를 남긴 비대위원장이 없진 않다. 비대위 대표선수는 김종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고, 2021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괜찮은 비대위원장이었다. 한나라당 시절인 2004년과 2011년 두 번 비대위원장을 맡아 17, 18대 총선 승리를 견인했다. 김 전 의원과 박 전 대통령 모두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했다. 공천권 같은 강력한 권한이 있어야 비대위원장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우상호 의원이 7일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추대됐다. 8월 전당대회까지 임시직이다. 과제는 많은데 시간은 없고, 친명과 반명 간 대립도 격렬하다. 어렵겠지만, 우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혁신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