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혼의 해부학자다. 저자 커트 톰슨은 ‘영혼의 해부학(Anatomy of the Soul)’에서 사람이 하나님에게 연결되는 길,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을 신경 과학 차원에서 해설하고 조언한다. “종교 없는 과학은 절뚝거리고 과학 없는 종교는 앞을 보지 못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그의 말대로 뇌과학과 정신의학에 영성과 신앙을 비추는 것은 우리 믿음을 더 완전하게 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톰슨은 자기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는 삶의 희망을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냉담했다. 그는 의학학회 워크숍에서 배운 애착 연구 결과를 어머니에게 적용해보기로 했다. 한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이해할 때, 두 사람의 뇌 회로상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더 밀착되고 관계적으로 더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당연히 불안감은 줄어든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더 강하게 인식하고 연민을 느낀다. ‘통합의 증가’ 과정이다. 톰슨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그 감정의 바다에 빠졌다. 세 살 때 고아 신세가 돼 평생 불안 두려움 수동성을 내재한 채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경청했다.
이후 그는 어머니 인생과 자기 인생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마치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존재로 보게 됐다. 그는 이 경험을 ‘알려짐의 과정(the process of being known)’이라 명명했다. 그는 환자들을 만날 때도 이런 태도를 유지했다.
환자들이 이야기를 펼칠 때마다 그의 삶도 풍성해졌다. 알려짐의 과정이 있었고 사람들은 통합적으로 변화했다. 책에는 이런 환자들의 역사와 역동성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 인간은 누구나 연결을 갈망한다. 하나님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 저자는 정신의학 원리를 이용해 우리가 하나님과 애착 관계 속에 우리 이야기와 하나님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교차하도록 안내한다.
오해 없기 바란다. 톰슨이 뇌를 고찰함으로써 우리 삶의 영적인 실제를 입증하거나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인 특정 관점을 변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이 뇌과학의 프리즘으로 신앙이나 인간관계를 성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음의 배선을 점검하고 재배치하는 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