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대역전패 악몽 완벽 설욕 ‘명장’ 커 ‘에이스’ 커리 합작품

입력 2022-06-08 04:05

모두의 예상을 깬 대역전패의 충격도 잠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곧바로 해답을 찾아냈다. 그 중심에는 2015년부터 세 차례 NBA 챔피언 등극을 합작한 명장 스티브 커 감독과 에이스 스테픈 커리가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6일(현지시간) NBA 파이널 2차전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107대 88로 승리했다. 23점 차 리드를 안긴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 ‘약속의 3쿼터’를 발판 삼아 4쿼터 가비지 게임을 만들어내 4쿼터 40점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던 1차전 악몽을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코트 위 주연은 역시 커리였다. 팀 동료들의 야투감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혼자 29점을 쓸어 담으며 6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커 감독은 “커리는 슛과 득점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며 “영향력이나 피지컬, 수비적 수준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에이스를 치켜 세웠다. 미스 매치로 커리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켜 공격에서 영향력을 줄이려는 상대의 집중 공략에도 불구하고 “2015년 첫 우승 당시 커리와 지금의 커리는 힘과 체력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라는 게 커 감독의 설명이다.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보여준 수비 영향력은 커리가 ‘투웨이 플레이어(공수겸장)’로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상대 빅맨 알 호포드와 미스 매치를 영리하게 이겨내며 턴오버를 유도하고, 자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페이튼 프리차드의 드리블 돌파 역시 기민한 사이드스텝으로 버텨내 상대 트레블링을 이끌어냈다. 위기의 순간 ‘수비 구멍’이길 거부한 커리의 활약은 공격에서도 백투백 3점으로 이어졌고 순식간에 17점 차 간격을 만들어내며 승부의 추를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완전히 돌렸다.

여우 같은 전략 변화를 들고나온 커 감독의 지략 역시 바운스백(반등)의 원동력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 내내 존 디펜스(지역방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했으나 1차전 막판까지 이를 고수하다가 소나기 3점슛을 얻어맞고 자멸했다. 하지만 커 감독은 2차전 지역방어 카드를 완전히 내려놓은 채 맨마킹 중심의 수비전술과 매치업 변화로 보스턴의 화력을 철저히 잠식했다.

1차전 26득점으로 폭발했던 호포드는 2득점으로 꽁꽁 묶였고, 마커스 스마트와 로버트 윌리엄스 3세까지 보스턴 스타팅 라인업 3명이 2득점에 그쳤다.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이 28득점으로 고군분투했지만 보스턴의 공격 리듬은 완전히 식어버렸다.

뛰어난 게임 내 전술 조정 능력 역시 커 감독이 골든스테이트를 약속의 3쿼터로 이끄는 비결 중 하나다. 시스템 농구를 극도로 신봉하는 커 감독은 전술 유연성에서 비판을 받곤 한다. 하지만 드레이먼트 그린 대신 클레이 탐슨을 호포드의 수비 매치업으로 붙이고, 승부처에 조던 풀을 기용해 득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과감한 결단으로 자신이 왜 명장인지를 결과로 입증해내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