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이준석 대표 측과 친윤석열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 맏형격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자기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 비판하자 이 대표가 발끈하면서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 내에서 활동 중인데, 한국에서는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 “대선 기간에 당사에 우크라이나 국기 조명 쏘고 러시아 규탄결의안 내고 할 때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뜬금없이 러시아 역성들면 그게 간 보는 거고 기회주의”라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 등 친윤계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불쾌감을 거듭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윤 대통령 최측근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당 혁신위원회 설치와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권력 투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당대표나 원내대표는 항상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자리”라며 “권력 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이 대표 조기 사퇴론에 관해서도 “(이 대표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라며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은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다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뭐라 할 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당이 새로워지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그걸 하는 게 소임”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1호 위원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CBS 라디오에서 “저나 최 위원장이나 정치 천재가 아니다”며 “2년 뒤 일을 미리 내다보고 이 대표를 고려해 지분을 챙겨주거나 알박기를 할 능력이 저희한테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 행보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024년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당 모습으로는 안 된다. 혁신위 출범은 잘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반면 이인제 전 의원은 이 대표 거취와 관련해 “이제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됐다”며 “그를 비판하는 일도 부질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