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품 발주 제한… 시멘트 운송 막혀 건설현장 타격

입력 2022-06-08 04:08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7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입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왕=최현규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산업계 곳곳이 멈춰 섰다. 유통업계는 서둘러 상품 발주 계획을 변경했고, 건설업계는 ‘대체 공정’에 돌입했다.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부 기업에는 악재가 겹쳤다. 아직 전국적 물류 대란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 중 40%(9000여명)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7일 밝혔다.

편의점 업계는 참이슬과 진로 제품의 발주를 제한했다. CU는 8일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하는 참이슬 제품의 발주를 정지할 예정이다.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소주 병·페트 제품을 점포당 1~3박스까지만 발주하도록 했다.

유통업계는 이른바 ‘소주 대란’을 걱정한다. 상품 회전율이 빨라 재고량이 많지 않은 소주가 물류 중단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 소식이 전해지면 점주들이 발주를 전보다 크게 늘려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물류센터에 제품이 아예 들어오지 않으면서 점포로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발주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파업 분위기 고조로 이미 예견됐다. 일부 화물차주는 지난 2일부터 하이트진로의 이천·청주공장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는 도매상에서 직접 주류를 운송하려고 차량까지 가지고 왔지만, 그조차도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멘트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요 시멘트 공장의 진입로가 화물연대 소속 차량으로 차단됐다. 건설 자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멘트가 막히면서 레미콘 업계와 건설업계도 줄줄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 회사는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사 현장은 공정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각 공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 등의 주요 작업을 미루고 대체하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지속한 시멘트 공급난 때에는 소량이나마 자재만 들어가면 공사를 진행했지만, 물류가 멈춰버리면 대응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일단 정부와 업계의 사전조치로 첫날의 충격은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주요 화주와 운송업체가 집단 운송 거부에 대비해 상당수 물류를 사전에 운송했고,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은 전국적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대처할 수단이 없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택현 심희정 정신영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