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나간 기업들 돌아오게… 세액공제 등 ‘유턴 혜택’ 늘린다

입력 2022-06-08 04:07

정부가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 유턴기업 세액공제 요건을 완화한다. 현재는 해외사업장을 양도·폐쇄한 뒤 2년 이내에 국내사업장 신증설을 마쳐야 법인세·관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최근 공급망 불안과 물류비 증가로 유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턴기업 확대를 통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유턴기업 세액감면 요건 확대와 파격 감세를 공약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유턴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요건 완화 방안 등을 올해 세법 개정에 최대한 반영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턴기업이란 해외에 진출해 2년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다가 다시 국내에 사업장을 신증설한 기업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3년 말 유턴법(해외진출기업복귀법) 제정을 계기로 유턴기업에 대해 세제 감면과 각종 보조금 등을 지원해 왔다. 법인세의 경우 국내사업장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최대 5년간은 100%, 그 뒤 2년간 50%를 감면받는다. 관세 역시 50~100%로 감면율이 제법 높다.


그러나 유턴기업 지원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기업 유턴 실적은 113건에 그쳤다. 미국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109건, 유럽연합(EU)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50건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는 세액 감면이나 유턴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턴기업 인정 요건은 해외사업장 2년 운영 후 국내 사업장 신증설만 하면 된다. 이후 해외사업장은 4년 이내에 양도·축소하고, 국내 사업장은 5년 이내에 사업장을 신증설하면 유턴기업 자격이 유지된다. 하지만 법인세와 관세 감면을 받으려면 해외사업장을 양도·축소하고 2년 이내에 국내사업장을 신증설해야 한다. 그나마도 지난해에 1년이던 것을 2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해외사업장 양도가 벽에 부딪히거나 국내 사업장 신증설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유턴하고도 세제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유턴 실적 개선 차원에서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유턴기업 지원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등의 노력이 없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2017년 4건에 그쳤던 유턴 실적이 지난해 26건까지 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유턴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반응이 많다. 일본과 미국은 해외사업장 양도·축소 규정이 없거나 해외투자계획 취소만 해도 유턴으로 인정해준다. 반면 한국은 첨단산업과 공급망 핵심 품목만 해외사업장 축소 요건을 면제해준다.

유턴기업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그동안 국내 유턴 인정 사례 중 대기업은 현대모비스와 LG화학 두 곳뿐이다. 제도 시행 초기 대기업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에 비교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기업까지 한정된 나랏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유턴의 목적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 있는 만큼 대기업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턴기업 요건 완화와 별개로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공급망 안정에 주력하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금융 등의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부장특별법 등을 연내에 제·개정키로 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