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사진) 전 국회의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극심한 내분에 대해 “어차피 한번 붙어야 한다면 전당대회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대선 패배 직후였던 2013년과 당내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4년 각각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문 전 의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래의 당권을 차지하겠다고 서로의 리더십을 깎아내리며 싸우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비판했다. 당권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정면승부를 펼쳐 결론을 내라는 조언이다.
문 전 의장은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는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위기의 원인은 뭔가.
“지금 민주당은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에서 벗어나 있다.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무엇인가.
“김대중 정신은 민생을 제일 먼저 생각한 민본주의다. 국민을 하늘같이 받드는 것,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다. 노무현 정신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지금 민주당이 받드는 국민은 ‘한정된 국민’이다. 그것은 대중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는다는 의미인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기득권화된 정당의 모습이다. 지금 민주당은 기득권이 됐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국민에게서 시선이 떠나 있는 것은 민주당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선거 패인을 놓고)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도 잘못을 안 했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당사자인 후보이고, 두 번째는 당을 상징하는 당대표다.”
-이재명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이라는 뜻인가.
“(대선에서) 박빙이라도 진 것은 진 것이고, 이번(지방선거)엔 참패였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친명계와 친문계의 갈등이 심각하다.
“어차피 붙어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붙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흠집을 내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2015년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의원이 붙었던 것처럼 서로 최선을 다해 끝장을 봐야 한다. 당시 결판을 냈기 때문에 정리가 된 것이다.”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하나.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어느 쪽에 더 명분이 있다고 보시나.
“나는 집단지성을 믿는 사람이다. 결국은 이긴 사람이 잘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다. 진 사람은 승복해야 한다. 한 표를 져도 진 것이다.”
-대선 평가 문제로 시끄럽다.
“대선 평가는 이재명 쪽이 아닌 사람이 해야 한다. 2013년 대선 후 문재인의 패배에 대한 평가도 안철수 측에서 하라고 했다. 그 평가위에서 문재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반대 측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