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10년간 3만명… 정부 ‘계약학과 확대’ 제시

입력 2022-06-08 04:07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반도체 위상은 경제·산업의 자산을 넘어 ‘안보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 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3만명이 부족하다고 추산한다. 전문가들은 ‘반짝 지원’에 그치지 말고, 중장기적 인력 수급 안정을 위한 ‘교육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고, 재정 지원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출신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했다.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인재 확보 지원방안, 글로벌 반도체 협력전략, 국가 역량 결집을 위한 민·관 협력방안 모색 등을 놓고 토의도 했다.


반도체 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만4600명이다. 반도체 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2020년 1621명에 달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약 3만명이 부족하다고 본다.

정부는 해법으로 ‘계약학과 확대’ 카드를 꺼냈다. 4대 과학기술원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도입해 내년부터 연 200명 이상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산업체가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과정이 계약학과다. 기업들은 졸업생 전부나 우수한 학생을 정식 채용한다.

그러나 계약학과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급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학과는 보통 5년 안팎을 주기로 다시 계약을 맺는다. 장기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정원 외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규모 확대에도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묶어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토대 마련도 시급하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계약학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정규교수를 뽑지 않고, 학부생만 있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교양인을 키운다는 목표의 일반 학부생 교육 이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전문교육으로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