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관련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내세웠지만, 역대급 고물가 상황 속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택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다. 다만 최근 정부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은 이번 달로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논의 시 정부에 인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분기마다 논의되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준연료비의 경우 4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반면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조정 가능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내내 동결됐다. 한전이 1·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거듭 인상 유보를 결정한 탓이다.
하지만 3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일고 있다. 더이상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쉽지 않다는 기류가 정부 부처 내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그렇게 하면 경제에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도 지났고 그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25일 공공요금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치솟는 물가는 부담 요인이다. 지난달 5.4%에 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기요금 인상을 계기로 6%까지 뛸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항목은 2010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된 이후 최고치인 9.6%의 상승률을 보였다. 게다가 3분기가 냉방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라는 점도 변수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에너지 요금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한전의 적자 및 부채 규모는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3조1397억원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보는) 한전의 적절한 흑자 규모가 연간 3조원 안팎”이라며 “올해 적자가 25조원이 되면 10년 연속 3조원 흑자를 내야 메울 수 있는 수준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력사의 어려움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영국 벌브 등 주요 전력공급사가 경영악화로 파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