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강동원 “고레에다 감독 7년전 출연 제안, 믿고 했다”

입력 2022-06-08 04:10
배우 강동원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모를 모른 채 보육시설에서 자란 동수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아이 없는 가정에 파는 브로커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아이를 주고 더 많은 돈을 받으려 하면서도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동수는 선일까 악일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에서 동수 역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을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보육시설 관계자 등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캐릭터를 잡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동수는 지금까지 연기한 역할 중 제일 힘을 뺀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인 7년 전쯤 강동원에게 작품을 하자고 제안했다. 강동원은 “시놉시스를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했기에 제겐 제작 경험을 해 본 첫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감독님이 캐스팅을 상의하고 카메오 리스트도 보여주셨다”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연기에 대한 주문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 스타일이 인디 영화에 가까워 촬영할 때 편했다. 워낙 거장이시기에 믿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했다”며 “감독님은 연기를 모니터로 보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보며 배우들의 호흡을 느낀다. 감정선을 구체적으로 잡는데, 작은 화면에선 잘 안 보이는 게 육안으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물에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힘들었는데, 일상 연기는 즐겁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 좋았다”고 돌이켰다.

촬영 현장에서 강동원은 아역 배우들과 놀고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영화에서도 소영(이지은)의 아기지만 주로 아기띠를 매고 있었던 건 강동원이었다. 강동원은 “감독님 영화에선 아역 배우들이 빛나는데 이번엔 언어 문제로 소통이 쉽지 않았다. 그런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귀엽기도 했고 아이들은 현장에서 뛰어놀 때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함께 주연을 맡은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그는 예상했다. 강동원은 “촉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수상자가 호명됐을 때 송강호 선배보다 제가 더 빨리 일어났다”고 했다.

영화를 구상하는 작업도 꾸준히 한다. 그는 “제가 쓴 시놉시스들이 올여름과 내년 중반쯤 시나리오로 나온다”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고 새로운 일 하길 좋아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침엔 더 자고 싶어도 눈이 떠지고 밤에도 잠이 안 와서 ‘일이나 하자’ 생각하곤 한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