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 설교하고 후원금 전달… 작은교회 목회자들에 새 힘

입력 2022-06-08 03:04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박재열(앞줄 왼쪽) 목사가 지난 2월 한 미자립 교회에서 설교한 뒤 성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이사장 박재열 목사)는 지난 2001년부터 20년간 초교파적으로 2000여 교회들을 목회 사관 훈련으로 섬겼다. 목회 사관 훈련은 초대교회 사도들의 흉내라도 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시한 훈련 방법이었다. 선정된 교회들은 기도와 전도, 교회 성장과 부흥을 위해 서약서를 작성하고 실천하게 했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제 21년째 접어드는 운동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과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직면함으로써 과거 모여서 하던 집회와 세미나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게 했다. 일명 ‘찾아가는 작은 교회’ 운동으로 미자립 교회들을 매 주일 오전 11시 예배에 직접 찾아가 설교도 하고, 전도 후원금 전달 및 목회 컨설팅, 목회 상담을 하는 것 등이다. 신청하는 교회들을 주일마다 찾아가 작은 교회들에 힘과 도움을 주고자 했다.

반응은 벌써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다녀온 교회 중에는 올해나 내년 중 한 번 더 방문해달라는 부탁을 해오기도 한다. 작은 교회들은 평소 모시기 어려웠던 목사님들이 직접 교회를 찾아와 전도 후원금과 물품도 전함으로써 고마움과 감사를 느끼게 됐고 이는 목회에 새 힘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목회 중 어려움과 좋은 비전을 나누는 모습은 큰 교회 목회자가 작은 교회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큰 교회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7일 서울 강동구 동선장로교회에서 만난 박재열 목사는 “이런 사역은 중형교회를 은퇴한 목회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하나님 앞에 상급을 쌓는 복된 일이기도 하다”며 “(은퇴 목사들이) 설교를 할 수 없을 때까지 기쁨과 감사로 이 사역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교회를 돕는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교회에서 50만원, 본인 50만원 부담) 정도면 된다. 1달에 세 교회만 잡아도 1년이면 36개의 교회를 섬길 수 있다. 박 목사는 “한국의 은퇴 목회자 중 약 5% 이상이 월 250만원의 수입이 보장된다고 할 때 은퇴자 중 500여 교회가 ‘찾아가는 작은 교회’ 운동에 동참한다면 1년에 1만8000여 교회를 섬기고 새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올해 말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은퇴하면 더 자유롭게 작은 교회를 찾아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도움을 주고자 계획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중형교회 이상의 은퇴 목사님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 목회 사관 훈련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형식의 훈련이기도 하다. 박 목사가 맡고 있는 동선장로교회는 대형교회에 못 미치는 중형교회에 불과하다. 부담도 컸다. 열악한 지역적 여건과 교회 건축 빚, 주차장 구입 빚이 가중되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회에서 50%, 이사장인 박 목사가 부흥회 사례비로 받은 재정에서 25%, 외부 지원 25% 등의 예산으로 잘 감당해왔다.

작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박 목사 모습.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박 목사는 동선장로교회가 어느 정도 부흥하면서 해외 선교도 시행했지만 85%의 불신자 비율과 70%의 미자립교회 상태인 한국의 작은 교회에 관한 관심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교회 개척 후 2~3년 후부터 20여 작은 교회들을 물질로 후원했다. 그럼에도 후원받는 작은 교회들 대부분 쇠퇴하거나 폐쇄하는 현실을 목도해야 했다. 그럴수록 작은 교회의 부흥, 주님께서 피 흘려 세운 교회들에 대한 사명 등을 생각했다고 한다. 냇물이 살아야 샛강이 살듯 작은 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 전체가 살아나는 마음을 성령께서 주셨다는 것이다.

그는 수십 개 교회를 후원해왔는데 어느새 동선장로교회도 2002년 1000여명으로 교세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작은 교회를 살려야겠다는 열망은 더 뜨거워졌고, 두 번째 교회당 건축을 완성하면서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을 정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60여 교회에서 100개 교회, 이후 120개 교회를 해마다 선정해 목회 사관 훈련을 실시해왔다. 목회 사관 훈련은 매달 한 차례 진행됐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를 개척해 부흥 성장을 이룬 목회자들의 생생한 간증과 세미나를 통해 새롭게 충전을 받았다.

박 목사는 무분별하게 이웃교회의 교인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런 교회를 ‘유람선 교회’라 표현했다. 주님이 원하시는 ‘구원선 교회’는 불신 영혼을 건져 살리고 키우는 교회라야 한다는 것이다. 유입된 타교인으로 이루어진 부흥은 진정한 부흥이 아니며 단지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긴 것뿐이라는 것이다.

동선장로교회는 이제껏 7000여명이 세례를 받았다. 교회 살리기에 선정된 교회들도 세례받기를 우선시했고, 세례 많이 주기 운동 및 특별 시상도 펼쳤다. 그는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이렇게 말했다.

“교회 밖 불신자를 건져 교인이 많아지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부흥, 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누구보다 불신자들이 구원받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