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친문, 李 사법 리스크·분당설 들먹… 위기의 민주당

입력 2022-06-07 04:10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입구에 6일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보낸 당선 축하 화환들이 놓여 있다. 이날 이 의원은 당선 후 첫 공식 행보로 인천 계양구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참배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쥔 당대표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진영 간 공방전이 격화되고 있다.

당내 구주류인 친문계는 대선·지방선거 ‘2연패’의 책임을 물어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저지하겠다면서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신주류인 친명계는 이 같은 공세에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며 반격을 자제하고 있다. 정면충돌할 경우 계파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자 친문계는 침묵하는 친명계를 향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친문계는 이 의원의 ‘아킬레스건’인 사법리스크와 함께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을 거론하며 맹공을 가했다.

친명계는 즉각 ‘이재명 죽이기’ ‘공갈 협박’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대응은 자제하는 스탠스를 이어갔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6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또 꺼냈다. 홍 의원은 “우리가 지방선거에 패한 큰 원인 중 하나가 이 의원이 계양에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한 것), 이게 결정적”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송 후보가 전략공천위원회에서 컷오프됐다가 하룻저녁에 뒤집힌 과정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의 공천 과정에 불공정한 방식으로 이 의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친문계는 물밑에서도 거센 공세를 펼쳤다. 한 친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그 리스크가 모두 민주당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이 의원이 검찰·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 친문 의원은 이어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당 혁신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2024년 총선 때까지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나 두둔하고 있으면 ‘민주당 한번 손봐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친문 내부에서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야당 당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는 ‘정치보복’으로 비치기 때문에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 본인은 자신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11일 “물도 안 든 ‘빈 총’이 두렵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문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최악의 경우 친문·친명계가 갈라설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친명계는 이 같은 위협을 ‘정치적 블러핑(허세)’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친명계 한 의원은 “솔직히 지금 친문 진영에는 당을 뛰쳐나갈 동력도, 용기도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명 의원들은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며 ‘무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현충일인 이날 국회의원 당선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인천 계양구 내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 의원은 7일 ‘초선 의원’으로서 국회에 첫 출근한다. 이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818호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간단한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당내 계파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열릴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주환 안규영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