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큰 ‘음식·주거비’ 올라 가계 시름… 1인 가구는 외식 물가 민감

입력 2022-06-07 04:04
연합뉴스

지난달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올랐지만 국민 개개인은 물건값이 이보다 더 올랐다고 느낀다.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그 이유는 소비지출 가운데 음식과 주거 비중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이 오른 품목에 더 많은 돈을 쓰니 정부 발표보다 물건값이 더 비싸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 어떤 품목이 더 많이 올랐는지는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게 체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는 외식 물가에, 2인 가구는 장바구니 물가에, 3인 가구는 기름값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크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식료품비주류음료’다. 전체 소비지출의 15.3%를 차지한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신선 농산물과 육류, 수산물, 유제품 등의 세부항목으로 구성된다. 집에서 먹는 식재료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주거수도광열비’ 비중도 13.7%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구매, 전월세를 아우르는 실제 주거비와 냉난방과 관련된 연료비 등의 비중이 특히 큰 편이다. 식대(외식)를 포함한 ‘음식숙박비’ 비중(13.2%)도 적지 않다. 세 항목을 합하면 전체 소비지출의 42.2%에 달한다.


이 세 항목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최소 5.0%이다. 음식숙박비 물가의 경우 지난해 5월 대비 7.3%나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1.9% 포인트 상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역시 지난해보다 6.0% 상승하며 물가상승률 평균치를 웃돌았다. 주거수도광열비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더 올랐다. 소비지출에서 비중이 큰 항목의 상승률이 평균보다 높으므로 체감하는 물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항목별 체감도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국민일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올 1분기 기준 전체 소비지출에서 외식 비중이 가장 큰 가구는 1인 가구였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 비중(12.6%)을 크게 웃도는 15.4%로 집계됐다. 3인 가구(13.0%)나 4인 가구(12.1%)보다도 월등히 비중이 크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3월 이후 24년2개월 만에 최대치로 뛰어오른 외식 물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 소비지출에서 20.5%를 차지하는 주거수도광열비 인상도 홀로 사는 이들의 물가 체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2인 가구의 경우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이 17.9%로 다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큰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의 경우 최근 오름세가 주춤하던 농축수산물 물가(4.2%)마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와 관련해 2인 가구가 느끼는 체감도가 다른 가구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3인 가구는 연료비 상승 체감이 가장 클 수 있다는 해석이다. 3인 가구 소비지출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1~4인 가구 중 ‘교통비’ 비중이 가장 크다. 이날 기준 ℓ당 2031.45원까지 뛰어오른 휘발유값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인 가구는 1~3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주(食住)’ 관련 소비지출 비중이 작은 편이다. 대신 교육비 부담이 전체 소비지출 중 17.0%를 차지할 정도로 유독 컸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9.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4인 가구가 다른 물가 상승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4인 가구 역시 물가 상승 여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이 겪는 체감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로 잡히지 않는 임대료 등까지 합하면 체감물가 상승률이 7~8%대 정도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