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A씨는 자신이 다니던 반도체 회사의 핵심기술도 함께 들고 가기로 작정했다. 그는 내부 자료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캡처한 뒤 이미지 파일로 저장했다. 이렇게 모은 사진 14장은 본인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해 보관했다. 충북경찰청은 A씨의 범행 사실을 파악하고 붙잡아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5월 100일간 ‘산업기술 유출사범 특별단속’을 벌여 96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된 인원보다 167% 증가한 규모다.
거래처 기업의 보유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부산의 한 기업 직원들은 B사의 핵심기술을 적용한 특정 부품을 제작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납품 계약기간 종료 뒤 B사로부터 기술 자료 삭제를 요청받고도 무시한 채 외국 기업에 자료를 유출하고, 해당 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 부산경찰청은 피의자 4명(법인 포함)을 송치했다.
경쟁회사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핵심기술까지 빼낸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35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은 SK 측이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00여명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 기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방식을 쓴 것으로 봤다. 지난해 4월 ‘SK가 LG에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두 회사 간 합의는 이뤄졌지만 산업기술 유출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수사는 계속 진행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는 영업비밀 유출이 16건(69.5%)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기술 유출(4건·17.4%), 업무상배임(3건·13%) 등이 뒤를 이었다. 군사 장비 부품 도면 등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된 사례도 3건 적발됐다.
특히 중소기업 피해(18건·78%)가 대기업 피해(5건·22%)보다 월등히 많았으며, 임직원 등 내부인에 의한 유출(21건·91%)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찰은 오는 10월 말까지 특별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