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주자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기는 내년 6월 끝난다. 차기 당대표를 뽑는 다음 전당대회까지는 1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유력 당권 주자들은 혁신위원회나 의원모임, 포럼 등을 만들며 당내 기반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변수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인사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다음 날이었던 지난 2일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원장에는 최재형 의원을 기용했다. 2024년 4월 총선을 대비해 공천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것이 혁신위의 목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통해 당권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6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도,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거치면서 가장 주가가 오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분이 지도부가 되면 내가 (2024년 총선에서) 상계동에서 또 떨어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면 그때는 제가 (당대표 선거에) 나가든지, 누굴 지지선언하든지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재도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친윤(친윤석열) 성향이 강한 김기현 의원은 지난 3일 ‘혁신24, 새로운 미래’(약칭 새 미래)라는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부동산·일자리 문제와 기후·에너지, 인구, 한반도, 정치혁신 등 5가지 어젠다를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인데,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6·1 지방선거 때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연합(EU) 특사로 임명돼 지난 5일 출국했다. 11일까지 벨기에와 프랑스를 방문해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윤심(尹心)이 김 의원에게 쏠려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원내에 재입성한 안철수 의원도 포럼 형식으로 당내 기반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풀어야 할 난제에 대해 공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포럼 형태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금 개혁이나 기후·에너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나 5선 정진석 의원 등도 차기 당대표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