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나달… 클레이코트에서 적수는 없었다

입력 2022-06-07 04:08
라파엘 나달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시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캐스퍼 루드를 꺾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우승을 만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5위, 스페인)이 프랑스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통산 22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대기록을 썼다. 희귀병으로 인한 통증을 마취 주사로 이겨내며 거머쥔 우승이어서 더욱 값지다.

나달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시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캐스퍼 루드(8위, 노르웨이)를 3대 0(6-3 6-3 6-0)으로 완파했다. 클레이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결승에 진출해 모두 우승하며 ‘흙신’의 명성을 이어갔다. 프랑스오픈에서 전적을 112승(3패)으로 늘렸다.

만 36세인 나달은 생일(6월 3일) 이틀 만에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1972년 안드레스 히메노(스페인)가 세운 만 34세다. 과거 영국 랭킹 1위였던 그렉 루세드스키는 BBC에 “우리 세대에서 30세 이상은 보너스 타임이었다”며 “나달이 성취한 것은 초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2연속 우승으로 자신의 메이저 최다우승 기록도 22회로 늘렸다. 20회로 공동 2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격차도 벌렸다. 나달이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것은 2010년 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후 처음이다.

라파엘 나달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시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캐스퍼 루드를 꺾은 뒤, 양팔을 들어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나달은 왼발에 통증을 수반하는 발바닥 관절 변형 희귀병인 ‘뮐러 와이즈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통증을 없애기 위해 마취주사를 맞고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뛰었다. 2005년 처음 진단받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통증이 심해져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 이후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나달은 “알다시피 이상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프랑스오픈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고 (우승을) 해냈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이어 “36살에 제 경력의 가장 중요한 코트에서 한 번 더 뛸 것이라고 결코 믿지 않았다”며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열리는 윔블던 참가는 불투명하다. 윔블던에서 두 번 우승한 나달은 “윔블던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내 몸이 윔블던에 갈 준비가 돼 있다면 난 윔블던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염제로 경기할 수 있다면 ‘예스’, 마취주사를 맞아야만 한다면 ‘노’. 나는 그 상황에 나를 앉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달은 고주파절제술을 받을 예정이지만, 효과가 없으면 수술도 고려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