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로 발사한 의도와 관련해 남한의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날 북한은 오전 9시8분부터 9시43분까지 약 35분간 평양 순안과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 4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2발씩 쏜 것으로 추정됐다.
군 관계자는 “한 곳에서 두 발을 다 쏜 뒤 그다음 지역에서 두 발을 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발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동시에 발사되거나 해당 시간 동안 산발적으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새로운 미사일 기종이 아니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같은 기존의 대남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을 섞어 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이번 도발은 신무기 개발 목적이 아니라 지난 4일까지 진행됐던 한·미의 항공모함 동원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표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8발의 탄도미사일을 여러 장소에서 한꺼번에 발사하는 방식으로 이례적인 도발 행태를 보인 것과 관련해 ‘선제적 핵무력 사용 가능성’을 더욱 부각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 단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훈련을 선제적 핵무력 사용이 가능한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는 상황’을 조성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이 실전용임을 강조하려 했을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실제 전시 상황에서는 여러 발을 동시에 쏘게 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시험발사나 검수사격 등 과거 실험 단계처럼 말하던 것에서 이제는 개발된 미사일을 좀 더 실전적으로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 번에 한두 발 정도에 그치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 형태가 이번처럼 여러 기를 동시에 쏘는 식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한·미의 대북 압박조치를 끌어내고, 이를 고강도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기동 훈련이 재개되는 등 한·미 연합훈련이 확대되는 데 대해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강력 반발하고, 이에 미국 무기가 한반도에 추가로 전개되는 등 군사적 긴장 고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급작스러운 도발에 이날 출국을 앞두고 있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긴급회동을 가졌다. 지난 3일 진행된 한·미·일 3자 협의 이후 이틀 만이다. 양측은 이미 일본으로 귀국한 일본 측 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전화로 연결해 협의하며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역회의를 제외하고는 지난달 22일 현철해 인민군 원수 발인식을 마지막으로 14일째 공개 행보를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상태이기 때문에 주민과의 접촉이 많은 외부 일정을 줄인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이달 상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정부의 대남정책 및 핵실험과 관련한 첫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선 정우진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