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입산 돼지고기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90%가량에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축산물 유통업계에선 “실효성 없는 무관세 정책이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수입산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1465원이다. 1년 전 가격(1313원)과 비교하면 11.6% 올랐다. 한 달 전(1412원)보다 3.8% 상승한 가격이다.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같은 날 2847원으로 1년 전(2527원)보다 12.7% 뛰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산 돼지고기 5만t에 할당관세 0%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무관세 정책이 돼지고기 가격 인하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당수 수입 돼지고기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정책 효과를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적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돼지고기 수입 비중은 미국 36.4%, 스페인 20.1%, 네덜란드 8.9%, 오스트리아 7.2%, 칠레 7.0%, 캐나다 6.6%, 덴마크 5.0% 순이다. 이 가운데 캐나다를 제외하고 모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산 삼겹살에 매기는 관세율은 8.6%로 그리 높지 않다.
또한 관세만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에 역부족이다. 수입산 축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글로벌 물류 대란, 고환율 등이다. 관세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축산물 수입·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48)씨는 “관세를 0%로 낮춘다고 가격이 그만큼 내려간다는 계산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업계에서는 수입산 돼지고기 무관세 정책이 축산물 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