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태세 강화로 北 오판 가능성 제어해야

입력 2022-06-06 04:03
북한이 올해 들어 열여덟 번째 도발을 했다. 이번엔 탄도미사일 여덟 발을 한꺼번에 쏴서 여러 목표물의 동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도발은 매번 형태를 달리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 탑재용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기종을 바꿔가며 쏘더니 이제 무더기 발사까지 등장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열흘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쏴대며 긴장을 고조시킨 수법과 다르지 않다. 그러다 6차 핵실험을 했던 2017년처럼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태세다. 이달 노동당 전원회의에 맞춰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핵실험의 초점은 김정은이 공언한 전술핵 개발에 맞춰질 것이다. 소형화한 핵무기가 배치된다면 그 타깃은 남한이다. 북핵은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대응 카드는 많지 않다. 추가적인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과 대립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협상을 통한 비핵화는 지난 정부에서 좌초한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의 핵무기 집착을 더욱 키웠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먼저 해야 할 것은 최악의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안보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한·미 동맹과 그 전략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이 무모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제어해야 한다. 핵 위협에 맞서는 군사적 대응과 핵 위협을 제거하는 대화 노력은 균형을 이뤄 병행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북한이 핵무장을 가속화할수록 대화를 위해서라도 대비태세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최근 유엔 군축회의 순회의장국을 맡았다가 핵무장에 대한 집중 성토를 당했다. 거들어주는 나라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고립된 상태에선 오판할 가능성도 커진다. 북한의 긴장 고조 전략에 대응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예민한 작업이 됐다. 예단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