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오거리 인근 새롬문화센터(센터장 마지원 목사·61). 건물 2층에 들어서자 진한 커피향이 가득했다. 오는 8월 예정된 커피 원두 대회 ‘마스터 오브 로스터’를 앞두고 대회 봉사자들이 다양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새롬문화센터는 커피·음악·사진 등 여러 문화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커피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겐 커피 교육 세미나를 열어주고, 사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사진 촬영 기법 교육을 제공한다. 스튜디오와 조명 등을 빌려주기도 한다.
쉰살 넘어 목회자 직함을 가진 마 목사는 원래 목회에 뜻이 없었다. 대학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한 그는 공무원 남편과 결혼해 한 아이 엄마로 평범한 인생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를 출산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둘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은 물집으로 뒤덮였다.
‘수포성 표피박리증.’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살짝 긁히기만 해도 피부에 물집이 생긴다. 이 병은 그를 9년이나 따라다녔다. 치료법도 없었고 약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진물 때문에 온몸에 거즈를 칭칭 두르고 지냈다. 체중은 33㎏까지 줄어 마른 장작 같았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그러던 중 기적처럼 몸에 난 물집이 마르기 시작했다. 통증은 여전히 심했지만 병세는 호전됐다. 그때가 1995년이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갈 2:20) 이 성경구절과 함께 ‘목회’라는 새로운 삶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2년 뒤 그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신학생 시절 사역 방향을 놓고 기도하던 마 목사는 문화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었다. 2012년 목사 안수와 동시에 새롬교회를 개척했다. ‘샌드위치 콘서트(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공연관람)’를 시작으로 ‘빨간우체통 치유 콘서트’ ‘인디밴드 버스킹 콘서트’ ‘열린 예배’ 등 문화사역을 확장해 나갔다.
새롬문화센터의 선교 전략은 교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마 목사는 “전도지를 이용한 전도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직접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센터가 주는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복음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것이다.
인생 후반전에 시작한 지난 10년 간의 사역을 돌아보면서 그는 여성 사역자로서의 한계도 느꼈고, 교훈도 얻었다. 마 목사는 “주로 연합사역을 많이 하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힘든 일을 더 많이 맡았던 것 같다”며 “남성 목회자들과 소통이 어렵기도 했지만 그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인내하고 포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꾸준히 배출되고 있는 여성 사역자들을 향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여성 목회자는 상대적으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삶에 지친 성도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건 여성 목회자의 큰 장점”이라며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사역 방향을 정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사역자가 걷는 길에 걸림돌이 없을 수 없다.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면 그 한복판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교제하면서 그 분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마 목사는 강조했다.
이야기 주제는 다시 문화로 돌아왔다. 그는 “문화는 다음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많은 여성 사역자들이 각자의 은사를 발견하고 각자 처소에서 다양한 문화 사역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 목사의 강단있는 모습에서 다음세대와 문화, 복음을 여성 사역자의 강점으로 거뜬히 묶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글·사진=유경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