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엔 목회 전념·주중엔 칼국수 집 운영으로 교회 자립 이뤄요”

입력 2022-06-06 03:02 수정 2022-06-06 12:44
윤은희 목사와 서민희 사모가 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도토리칼국숫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윤 목사는 “교회와 칼국숫집 운영 비결을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4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마포구 도토리칼국수 음식점에서 윤은희(68) 목사는 앞치마를 두르고 밀려 드는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현재 윤 목사가 운영하는 칼국수 가게는 서울 마포구에 본점이 있고 신촌, 당산에 지점을 낼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미자립교회,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칼국수 교회로 부흥의 역사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목회와 음식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을 기부하고 싶어요.”

윤 목사는 2000년 서울기독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하기 전부터 분식집, 백반집을 운영했다.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그는 음식점 운영이 어려울 때 기도원에 들어가 하나님께 기도했고 가게가 안정되면 복음을 전하는 일을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0년 신대원을 마친 윤 목사는 그해 강원 홍천의 ‘홍천그리스도의교회’를 섬겼고 같은 해 서울에서 지금의 칼국숫집도 시작했다. 한 시간 반 남짓 걸리는 거리였지만 교회와 칼국숫집은 부흥의 역사를 맞았다. 칼국숫집은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경제적 안정으로 윤 목사는 목회에 올인했다. 한 자릿수에 가까웠던 성도수는 20명 규모로 증가했고 코로나19에도 교회는 성장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기 쉽지 않으니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립할 때까지만이라도 주중에는 칼국숫집을 운영하고 주말에는 목회에 전념하면 좋겠어요.”

윤 목사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3시 손님이 많은 시간만 가게를 운영하고 그 외 시간엔 가게를 교회로 사용하며 목사와 사모 2명이 운영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영업시간 외 모든 시간 가게는 교회가 돼 예배를 드리고, 사모가 요리하고 목사가 서빙하며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다가가 신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목사의 칼국숫집 운영에 교회 성도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윤 목사는 “성도들이 헌금에 부담이 없고 장사가 잘되면 목사가 헌금을 가장 많이 해 설교할 때도 오직 말씀에 충실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윤 목사는 10년간의 교회 담임 목회를 멈추고 협동으로 사역 중이다. 올해 5월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새로운 목회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고령 목사로서 현장에서 목회하기보다 재능 기부로 어려움 겪는 미자립 교회 목사님들이 생계 걱정 없이 목회하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칼국수 레시피를 비롯해 음식점 기술과 영업 노하우를 부담 없이 전수하고 싶으니 기부에 많은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