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옥석 가리기… ‘줍줍’도 한 자릿수 경쟁률 등장

입력 2022-06-06 04:08
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줍줍 청약’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집값 상승기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청약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하면서 청약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는 것이다. ‘선당후곰(당첨된 후에 고민)’을 기본으로 하던 청약시장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미분양 사태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에 선을 그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일 진행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의 무순위 청약에서 139가구 모집에 1120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은 평균 8.1대 1을 기록했다. 서울 무순위 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기는 이례적이다.

이 단지는 지난 4월 초에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328가구 모집에 2374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은 7.3대 1이었다. 이 수치도 시장이 한창 뜨거울 때와 비교하면 낮다. 그런데 그나마도 청약 당첨자의 58%만 계약을 했다. 청약 후 당첨을 포기하면 최대 10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는데도, 이를 감수하는 당첨자가 많았다.

그만큼 분위기가 급변했다. 청약시장에서도 금리 인상과 집값 상승 피로감이 겹치고 있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여겨지는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화포레나미아가 분양한 강북구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줍줍 청약’의 경쟁률이 줄었다고 곧 시장이 안정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집값 안정에 필요한 적정 공급 상태를 가늠할 지표로 ‘미분양’을 지목해왔다. 현재 미분양이 속출해 집값이 내려가는 대구 지역이 대표 사례라고 본다. 이와 달리 최근 수도권의 청약시장은 ‘그래도 살 사람은 사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쟁률은 낮아도 여전히 서울 내 ‘줍줍 청약’ 수요자는 공급 물량보다 많다. 그런데도 청약시장이 식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건 경쟁률이 무려 네 자릿수로 치솟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서다. 지난 3월에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2가구 청약에 17만여명이 몰리며 8만4322대 1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었다. 다만, 이 매물은 2019년 12월 준공 후 입주를 마쳤다가, 공급질서 교란 등으로 계약이 취소된 2건이었다. 무려 5년 전 분양가로 공급된 ‘로또 청약’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