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1960년부터 급속도로 전개된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거리 곳곳에는 어둠 칙칙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회색도시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도심 녹화에 주력한 결과 울산은 확실히 달라졌다. 울산대공원을 비롯해 도시공원이 대폭 조성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탈바꿈으로 생태 관광의 1번지가 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 가을에는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자연주의 정원’의 대가로 불리는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작품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진행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울산을 선택했다. 태화강의 반전 스토리에 매료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태화강은 산업화 이후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으나 울산 시민과 기업의 노력으로 생태를 복원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거듭났다.
네덜란드 출신인 아우돌프는 도심형 공공정원의 백미로 평가받는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시카고 루리가든 등을 조성한 세계 정상급 정원 디자이너다. 식물이 태어나서 죽고 사라지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는 것을 일깨워주고자 여러해살이풀 위주로 자연에 가까운 정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우돌프는 국가정원 내 국화원 일대 1만8000㎡ 부지에 국내 자생식물을 포함해 약 200여 종의 다양한 식물로 ‘다섯 계절의 정원’이라는 작품을 만든다. 120여 종 약 4만본이 지난해 11월에 국내에 공급됐으며, 현재 경기도에 있는 계약재배 업체에서 재배하고 있다. 네덜란드 현지에서는 막바지 식물 배식 설계가 진행 중이다. 울산에서는 이달부터 토양 개량과 배수시설·산책로 조성 등 식재 기반 공사가 본격화된다.
울산시는 국가정원뿐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심 속 테마정원 조성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네 자투리 땅이나 빈터 등을 다양한 형태의 녹색공간으로 재구성해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이다. 익숙한 생활터전을 새로운 힐링과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누구든지 쉬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구 화봉동 송정나들목과 중구 성남동 시계탑거리 근처에 도심 속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올해는 중구 성남동 어린이역사체험관과 남구 신정동 신정공원 주변에 도심 속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도심 전체를 녹색 숲의 도시로 만드는 데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시바람길 숲’ 조성이다. 도시바람길 숲은 도시 외곽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 내부로 유도·확산할 수 있도록 연결된 숲을 말한다. 신선하고 깨끗한 산림의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대기 순환을 통해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과 뜨거운 도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게 목적이다. 나무 47그루는 경유차가 1년 동안 내뿜는 미세먼지 1600g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람길 숲은 2019년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선정됐으며 2020년부터 사업비 200억원을 투입해 도시 전역에 25㏊ 숲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온산읍 신일반산업단지 인근에 가시나무와 동백나무 2만여 그루를 심어 14.6㏊의 숲을 조성했다. 올해는 번영로와 산업로, 염포로 등 도심 주요 도로를 따라 62만여 그루 나무를 심어 ‘띠녹지’를 조성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녹색 공간 확충은 시민의 건강 뿐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국 최고의 친환경 녹색생태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힘을 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인터뷰
“112만 시민들 협조로 국가대표 녹색도시 탈바꿈”
“112만 시민들 협조로 국가대표 녹색도시 탈바꿈”
“울산 시민들의 협조와 공무원들의 열정이 바탕이 되어 전국 최고의 생태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송철호(사진) 울산시장은 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많은 성과를 거두는 등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해 남은 임기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 시장은 2018년 당선된 부·울·경 시·도지사 중 4년 임기를 성실하게 마무리하는 유일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태화강 일대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가정원으로 격상시켰고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누구도 생각 못한 거대한 부유식 해상풍력을 미래에너지로 추진했다. 특히 탄소중립이 화두인 시대에 맞게 대공원과 국가정원 뿐 아니라 도심 전체를 쾌적한 녹색도시로 조성하는 데도 많은 힘을 쏟아왔다.
송 시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산업구조 전환뿐 아니라 도심 내 탄소흡수원을 늘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자연이야말로 가장 큰 탄소흡수원이자 생태백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최대 도심 친수공간인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울산을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 생태정원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쏟아왔다”면서 “앞으로도 모두 함께 힘을 모으면 울산이 대한민국 대표 녹색생태도시로 거듭나고, 시민 삶의 질과 정주여건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송 시장은 퇴임 후 다시 인권변호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